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이유는 꽤 다양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 영어가 '안 들려서'다. 못 알아들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서. 또다른 이유는, 그 영어로 엄마가 나란 존재를 '판단'할 것이고, 모멸감을 주고, 두고두고 놀리고 괴롭힐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아기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도망친다. 영어가 무서운게 아니라 엄마의 그 판단, 그 단정, 그 호들갑, 그 반응이 무서운 거다. 어떤 너댓살 아이는 엉엉 운다. 그정도 강도의 공포다.
전자의 경우 해결책은 간단하다. '들릴만한 소리'를 들려주면 된다. 아, 우리애는 ABCD도 모르는데 (알파벳 몰라도 영어그림책 읽는데는 지장 없음. 한국어의 자음+모음, 파닉스 몰라도 엄마가 읽어주는 한글그림책 재미나게 깔깔깔 웃으며 듣고 읽듯) 영어그림책을 읽어준다고 알아들을까요? 거절할 게 뻔한데.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어린아이들의 뇌, 그들의 천재적인 언어습득능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의 "Good night Moon" 이나 도널드 크루의 "Rain" 을 읽어줘 보시라. 영어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도 읽자마자 이해한다. "rain on a tree", rain 이란 단어를 낭독할 때 빗방울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tree 를 읽는 순간 엄마가 나무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데 "tree 가 무슨 말이에요? 한국어로 해석해주세요" 할 아이는 없다. 성질 급한 엄마가 한국어로 해석하지 않아도, 아이는 그 영어소리가 갖는 뜻을 추측하고 앞뒤 문장의 맥락속에서 그 의미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이런 능력이 축적되어,, 영어 원서를 한글 소설 읽는 편안하게 읽고, 수능영어 공부 안해도 영어지문을 가볍게 속독해서 뽀송뽀송하게 답 찾는 고딩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영어날개를 달아주는 첫 걸음은, 해석없이 영어단어가 갖는 뜻을 문맥속에서 찾아 유추하는 훈련의 반복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들릴만한 영어그림책'을 잠자리에서 밤마다 읽어주고 재우는 것.
엄마표영어가 안되는 이유는 사실 '안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 이런 걱정 하느라 시작조차 '안하고' 시간을 끄는데 영어가 될 리가 없지 않는가. 고민하고 안절무절 걱정할 시간에, 도서관에서 한줄짜리 그림책, 영포자인 나도 읽어줄 만한 그림책을 하나 꺼내보자. 아니, 단어책도 좋다. 아이가 차를 좋아하면 "탈것들" 영어단어그림책을 꺼내들고와 반이상은 한국어 수다이더라고, 그 영어책을 읽어주면 '그 창대한 열매 맺을 엄마표영어세계 그랜드 오픈'인 거다. 우선 일주일 닥치고 읽어줘보자. 영어그림책을 일단은 읽어줘야 아이 반응을 관찰 할 수 있고, 아이의 반응을 봐야 그 다음 스텝을 결정할 것 아닌가. 아 일단 읽어줘 보시라고요. 한달, 두달, 넉달 빠짐없이 읽어준 엄마는 질문부터 질이 다르다. 희망찬 간증이 질문에 선행된다.
익숙하지 않으면 거부하게 마련이다. 생후 10년간 국악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초4 음악교과서에 가야금산조가 나온다'고 해서, 애한테 황병기의 가야금산조를 틀어주는 꼴이다. (내 남편이 나한테 이렇게 어설프게 뭔가를 시도한다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끔찍한가) 그 어떤 아이가 "어머님, 이 가야금 소리는 마치 계곡물이 바위를 감싸고 지나가면서 내는 물소리와도 같고.. 버드나무잎사귀가 바람에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도 같아, 저에게 평온함을 주네요. 참 아름다워요. 또 들을래요. 또 틀어주세요, 또요!" 하리오.
거부하는 아이가 이상한 것도 아니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넣어준 영어소리가 없는데, 해준게 없는데 "왜 해도 안되요?"라고 말하는 엄마가 문제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왜 안되지? 갸우뚱 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아이에게 날마다 읽어주는 책 제목을 연필로 적어보자. 하루에 몇권을 읽어줬는지, 한달에 몇권을 읽어줬는지. 표에 써보면 한눈에 보인다. 내가 생각보다 애한테 영어그림책이나 영상을 많이 노출하지 않았구나. 한 게 별로 없구나. 양이 터무니없이 적구나.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엄마는 "우리 애는 왜 이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행 한 것"이 거의 없음을 자각해야, "오늘부터 제대로 행해야 겠구나"라는 결심이 선다. 그 바탕 위에라야, 그 '시작'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끊김없이 '지속'된다.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원인이 전자인 것으로 추정되면, '해석이 필요없이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르치는 행위자체로 해석이되는' 쉬운 그림책을 다시 골라보자. 도서관에서 10권을 고르면 2-3권 대박책 겨우 건질까 말까가 일상인것이 엄마표영어다. 엄마표영어는 '좋은 책' '좋은 영상' 을 고르는 수고가, 밤마자 잠자리에서 목 아파라 낭독해주는 낭독노동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매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아이의 반응을 살펴 아이 취향에 맞는 스토리, 그림풍, 작가, 주제를 파악해 가다보면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대화가 풍성해진다. (사실 어린아이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자면 굉장한 사교록이 필요한데, 나처럼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엄마는 그 대화가 고욕이었다. 영어그림책이 있어서 그나마 이야기를 꺼내고 끌어갈 수 있었다. 고마워 그림책.) 그림책을 읽는 것이 일상이 되면, 책 고르는 안목도 생긴다. 눈에 띄는 작가도 하나 둘 는다. 그림책 읽어주는 낭독 10년이면 그 어떤 그림책 전문가들보다도 깊은 내공을 얻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림책 주인공들을 통해 아이의 마음도 헤아려볼 수 있게 된다. 그 어떤 육아서보다, 심리서적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과 감동을 얻곤 한다. 왜 안 읽어.
아이의 영어거부에 넉다운이 되어 주저 앉는 엄마들의 공통점은 '별로 해 준 것이 없다'이다. 책을 읽어준 시간이 총량이 적다. 쌓인 추억도 거의 없어 뿌리가 약하다. 잠자리에 책을 읽는 달콤함이 가족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한 경우 쉽게 포기한다. 반면 한달, 두달, 6개월 1년. 밤마다 책 읽어주는 낭독 노동을 "행"한 엄마는 포기하지 않는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 그까이꺼. 하지뭐. 유연하다. 유연한 엄마는 게임 끝. 그 여유와 배짱은 "행"함에서 온다. 날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욕구가 채워질만큼, 기분좋게 책을 읽어준 엄마는 배짱이 있다. 낭독노동 그 행함과 누적된 시간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애가 영어를 거부해요.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하고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오늘은 좀 피곤해? 그럼 한글책 읽자" 오늘은 1보 후퇴하지만, 내일 2보 전진을 위해 미리 준비한 비장의 카드를 떠올리며 미소지을 것인가. "내일은 정신을 쏘옥 빼놓을 OOOO을 책으로 도전해봐야겠다. 넘어올 수 밖에 없을껄?"
1석 3-4조이죠. 왜 안해 ^^ 그쵸? 거부해도 살살살살 꼬셔서 뿌리내리게 해야 할 중요한 가족문화입니다. 잠자리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스토리를 자장가 삼아 듣고...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는 문화. 금방커서 훌쩍 떠나요. 낭독 노동도 10년이면 끝나더라고요. 나중에 아쉬워 말고 어릴때 잘 누리기 ^^
요즘 새벽달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는 17개월 아기 엄마입니다. 옆에서는 다들 이르다고 하지만 돌때부터 매일 짧은 영어 그림책을 읽어줬어요. 특히 아기가 좋아하는 동물 그림책 위주로요. 알아듣는지 못알아듣는지 상관없이 제 옆에 앉아서 열심히 그림책 보는 아기가 넘 귀엽더라구요. 가끔 딴짓을 하더라도 내 발음 연습이나 하자~라는 맘으로 끝까지 읽어요. 덕분에 제 영어 딕션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음~별거 아니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엄마표영어를 시작할 용기를 주신 새벽달님께 감사드려요^^
[아이가 책 읽다말고 "가끔 딴짓을 하면, 내 발음 연습이나 하자~" 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요] 에 밑줄 쫙. 사랑이 많고 긍정적인 hings 님은 이미 엄마표영어 고수. 흔들림없이 꾸준할 분이네요. ^^ [처음에는 이게 될까?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별거 아니군] 이것도 밑줄 쫙, 별표 5개. 저도 그런 마음으로 했던 엄마표라, 왜들 힘들다고 하지...? 했거든요. ㅠㅠ
아이 마음을 읽는 단어를 읽고 계속 뇌리에 남는 것이 '그냥 해'예요. Just do it. 이번 글도 그렇네요 ㅎㅎ 우선 하자. 덕분에 요즘 까이유영어대본 외우기, 새벽기상, 아침운동, 클래식 듣기 하나하나 시작하고 있어요~ 영어 그림책 읽기는 꾸준히 해주고 있었는데, 제가 영상노출을 좀 제한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아이 세돌이 넘어가면서 아 책만으로는 정말 영어인풋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구나 하는 걸 절실히 깨달아서 이번주 월요일부터는 영상도 매일 아침 볼 수 있게 틀어놓구요 여러가지로 엄마도, 아이도 쑥쑥 클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저 2018년 12월에 새벽달님 강의 듣고 5살로 넘어가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혼자 급해서 새벽달님 블로그에 아이가 영어를 거부 한다고 글 작성했을 때 “just do it” 이라고 글써주시고 유튜브로 대답해주셨을때가 생각 나요
그때는 다 새벽달님이 답해주실줄 알고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하냐 같은 질문 했을 때 “ 그건 엄마가 아이에게 맞는 책을 선택해주라” 말씀하셨을 때 좀 서운 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ㅋㅋㅋ 새벽달님이 정석이고 정답지라 생각했거든요
그 후로 1년6개월차로 엄마표 영어 진행 하고 있는데 그때 왜 새벽달님이 “just do it” 이라고 말씀해주시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엄마가 찾아서 읽어줘야 한다라고 말씀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뭐라도 우선 시도 하고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내 노력은 하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답을 달라고 한게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 ㅋ
그때 당시엔 너무 정확하게 저의 못난 점을 콕콕 찝어 말씀하셔서 속상했지만 ㅋ 뒤돌아 보니 그때 말씀이 정확하셨어요~~
엄마표 영어는 “just do it”
그때 달아주셨던 댓글덕에 조금은 느리지만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새벽달님께서도 네이버 블로그에 쓰신 칼럼처럼 둘째 아이는 초딩이 되기 직전이긴하지만 지금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노출해주고 부지런히 책을 읽어 조금이나마 자연스럽게 모국어처럼 익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다행이다 싶고, 안내 주신대로 영어 영상 / 음원 노출 + 영어책 읽기등으로 시작으로 아이가 거부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하고 있으며, 좋은 책과 좋은 팁은 블로그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헌데, 문제는 사춘기가 막 시작된 초딩이 5년 남아 첫째 아이에게는 어떻게 길라 잡이를 해줘야 할지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내가 배웠던 무식한 방법 말고는..... ㅜㅜ) 너무나 막막합니다.
우리 큰아이는,,,
영유 경험도 없고, 엄마표 영어도 해본적 없던 아이에게,, 알파벳 겨우 가르쳐 사립초등학교에 보내었습니다.
물론 걱정했지요.. 우리 아이가 영어를 힘들어하는게 아닐까?
대체 무슨 용기였을까요? (제가 미쳤었나봐요..) 우리 아이가 잘 따라가겠지... 라는 말도 안되는 방치를 했던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영어를 하루에 2시간씩 / 일주일에 10시간 그렇게 5년...
우리아이가 영어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 했을까요? 멀뚱 멀뚱 외롭게 보냈을 시간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덕분에 우리 아이는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네요.. ㅜㅜ
지난주 하리보젤리님의 소소모임에 다녀왔어요. 말씀중에 영어책이 아이의 인지를 벗어나면, 이해도 못 할 뿐더러 흥미도 떨어진다고 말씀중에 하셨어요.
우리 큰아이가 본인의 실력과 다른 배움에 이해하지 못해 배우지 못했고, 영어가 재미 없어진것 같습니다.
- 우리 큰 아이처럼,, 거부감이 심한 아이는 어떻게 걷어 줄 수 있을지요?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지요?
늦게 시작해야 하는 아이는 어떻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면 될까요?
- "늦게 시작하는 아이들은 '모국어'의 힘, 모국어 독서력, 쓰기(신문요약이나 특정 사안에 대해 논거 들어 자신의 생각쓰기) 실력을 키워서 그 힘을 레버리지 하면 좋아요." 라고 위에 댓글 달아 주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실수있을지요? (다행히 우리 아이는 모국어 책읽기는 좋아 합니다.)
- 그리고 엄마표 영어는 ORT (Oxford Reading Tree) 를 1단계 부터 (낭독/녹음) 한단계씩 올라 가보려고 합니다. (학교 영어 수업은 5학년 부터 맘편히 내려 놓았어요.......)
하리보젤리님께서 올려주신 "이모표영어보고서" 참고하여 아이랑 해보려고 합니다. 하리보님 말씀대로라면 잘하면 좋아하게 되어 있다고,,, 천천히 우리 아이를 믿고 해보려고합니다.
공부 방법에 있어서 기막힌 조언 부탁 드려도 될지요?
조급함에 자꾸 맘이 떨리고, 저도 아이를 잘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지는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데.. 이미 들킨것 같아요.
내가 조금 더 지혜로운 엄마였다면,, 새벽달님 일찍 만나 우리 아이 쉽게 모국어처럼 배웠을텐데... 자꾸만 미안해지네요.
깊은밤 긴글에 깜짝 놀라셨지요?
새벽달님의 파워풀 넘치는 이곳에 걱정 한아름 내려놓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여 이렇게 용기를 내었습니다.
엄마도 공부해야겠더라구요.. 새별달님의 책 두권이 어제 우리집에 도착 되었거든요.. 완독 완독! 지혜 장착!!
오늘은 아이둘 학교와 유치원 보내놓고, 유치원 앞 카페에서 종일 죽치고 앉아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다 읽고,
궁금했던 부분들은 오늘의 책, 그리고 오늘 블로그에 올려주신 글 (진짜 봐야 할 엄마가 접니다.. ㅜㅜ) , 유튜브에서 찾아 볼 수 있었어요.
유튜브 샅샅이 찾아 탐영(?) 해봐야겠습니다. 살이되고 피가 되는 말씀들이 많네요..
2020/7/25/토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이유는 꽤 다양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 영어가 '안 들려서'다. 못 알아들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서. 또다른 이유는, 그 영어로 엄마가 나란 존재를 '판단'할 것이고, 모멸감을 주고, 두고두고 놀리고 괴롭힐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아기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도망친다. 영어가 무서운게 아니라 엄마의 그 판단, 그 단정, 그 호들갑, 그 반응이 무서운 거다. 어떤 너댓살 아이는 엉엉 운다. 그정도 강도의 공포다.
전자의 경우 해결책은 간단하다. '들릴만한 소리'를 들려주면 된다. 아, 우리애는 ABCD도 모르는데 (알파벳 몰라도 영어그림책 읽는데는 지장 없음. 한국어의 자음+모음, 파닉스 몰라도 엄마가 읽어주는 한글그림책 재미나게 깔깔깔 웃으며 듣고 읽듯) 영어그림책을 읽어준다고 알아들을까요? 거절할 게 뻔한데.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어린아이들의 뇌, 그들의 천재적인 언어습득능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의 "Good night Moon" 이나 도널드 크루의 "Rain" 을 읽어줘 보시라. 영어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도 읽자마자 이해한다. "rain on a tree", rain 이란 단어를 낭독할 때 빗방울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tree 를 읽는 순간 엄마가 나무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데 "tree 가 무슨 말이에요? 한국어로 해석해주세요" 할 아이는 없다. 성질 급한 엄마가 한국어로 해석하지 않아도, 아이는 그 영어소리가 갖는 뜻을 추측하고 앞뒤 문장의 맥락속에서 그 의미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이런 능력이 축적되어,, 영어 원서를 한글 소설 읽는 편안하게 읽고, 수능영어 공부 안해도 영어지문을 가볍게 속독해서 뽀송뽀송하게 답 찾는 고딩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영어날개를 달아주는 첫 걸음은, 해석없이 영어단어가 갖는 뜻을 문맥속에서 찾아 유추하는 훈련의 반복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들릴만한 영어그림책'을 잠자리에서 밤마다 읽어주고 재우는 것.
엄마표영어가 안되는 이유는 사실 '안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 이런 걱정 하느라 시작조차 '안하고' 시간을 끄는데 영어가 될 리가 없지 않는가. 고민하고 안절무절 걱정할 시간에, 도서관에서 한줄짜리 그림책, 영포자인 나도 읽어줄 만한 그림책을 하나 꺼내보자. 아니, 단어책도 좋다. 아이가 차를 좋아하면 "탈것들" 영어단어그림책을 꺼내들고와 반이상은 한국어 수다이더라고, 그 영어책을 읽어주면 '그 창대한 열매 맺을 엄마표영어세계 그랜드 오픈'인 거다. 우선 일주일 닥치고 읽어줘보자. 영어그림책을 일단은 읽어줘야 아이 반응을 관찰 할 수 있고, 아이의 반응을 봐야 그 다음 스텝을 결정할 것 아닌가. 아 일단 읽어줘 보시라고요. 한달, 두달, 넉달 빠짐없이 읽어준 엄마는 질문부터 질이 다르다. 희망찬 간증이 질문에 선행된다.
익숙하지 않으면 거부하게 마련이다. 생후 10년간 국악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초4 음악교과서에 가야금산조가 나온다'고 해서, 애한테 황병기의 가야금산조를 틀어주는 꼴이다. (내 남편이 나한테 이렇게 어설프게 뭔가를 시도한다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끔찍한가) 그 어떤 아이가 "어머님, 이 가야금 소리는 마치 계곡물이 바위를 감싸고 지나가면서 내는 물소리와도 같고.. 버드나무잎사귀가 바람에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도 같아, 저에게 평온함을 주네요. 참 아름다워요. 또 들을래요. 또 틀어주세요, 또요!" 하리오.
거부하는 아이가 이상한 것도 아니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넣어준 영어소리가 없는데, 해준게 없는데 "왜 해도 안되요?"라고 말하는 엄마가 문제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왜 안되지? 갸우뚱 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아이에게 날마다 읽어주는 책 제목을 연필로 적어보자. 하루에 몇권을 읽어줬는지, 한달에 몇권을 읽어줬는지. 표에 써보면 한눈에 보인다. 내가 생각보다 애한테 영어그림책이나 영상을 많이 노출하지 않았구나. 한 게 별로 없구나. 양이 터무니없이 적구나.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엄마는 "우리 애는 왜 이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행 한 것"이 거의 없음을 자각해야, "오늘부터 제대로 행해야 겠구나"라는 결심이 선다. 그 바탕 위에라야, 그 '시작'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끊김없이 '지속'된다.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원인이 전자인 것으로 추정되면, '해석이 필요없이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르치는 행위자체로 해석이되는' 쉬운 그림책을 다시 골라보자. 도서관에서 10권을 고르면 2-3권 대박책 겨우 건질까 말까가 일상인것이 엄마표영어다. 엄마표영어는 '좋은 책' '좋은 영상' 을 고르는 수고가, 밤마자 잠자리에서 목 아파라 낭독해주는 낭독노동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매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아이의 반응을 살펴 아이 취향에 맞는 스토리, 그림풍, 작가, 주제를 파악해 가다보면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대화가 풍성해진다. (사실 어린아이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자면 굉장한 사교록이 필요한데, 나처럼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엄마는 그 대화가 고욕이었다. 영어그림책이 있어서 그나마 이야기를 꺼내고 끌어갈 수 있었다. 고마워 그림책.) 그림책을 읽는 것이 일상이 되면, 책 고르는 안목도 생긴다. 눈에 띄는 작가도 하나 둘 는다. 그림책 읽어주는 낭독 10년이면 그 어떤 그림책 전문가들보다도 깊은 내공을 얻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림책 주인공들을 통해 아이의 마음도 헤아려볼 수 있게 된다. 그 어떤 육아서보다, 심리서적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과 감동을 얻곤 한다. 왜 안 읽어.
아이의 영어거부에 넉다운이 되어 주저 앉는 엄마들의 공통점은 '별로 해 준 것이 없다'이다. 책을 읽어준 시간이 총량이 적다. 쌓인 추억도 거의 없어 뿌리가 약하다. 잠자리에 책을 읽는 달콤함이 가족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한 경우 쉽게 포기한다. 반면 한달, 두달, 6개월 1년. 밤마다 책 읽어주는 낭독 노동을 "행"한 엄마는 포기하지 않는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 그까이꺼. 하지뭐. 유연하다. 유연한 엄마는 게임 끝. 그 여유와 배짱은 "행"함에서 온다. 날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욕구가 채워질만큼, 기분좋게 책을 읽어준 엄마는 배짱이 있다. 낭독노동 그 행함과 누적된 시간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애가 영어를 거부해요.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하고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오늘은 좀 피곤해? 그럼 한글책 읽자" 오늘은 1보 후퇴하지만, 내일 2보 전진을 위해 미리 준비한 비장의 카드를 떠올리며 미소지을 것인가. "내일은 정신을 쏘옥 빼놓을 OOOO을 책으로 도전해봐야겠다. 넘어올 수 밖에 없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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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거절'은 엄마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거절도 없어요.
잘 하고 계신 거에요.
내 어깨를 두 팔로
꼬옥 안아주세요.